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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기술이 의료로 넘어오다 - 시뮬레이터로 뇌수술을 배운다

최종 수정일: 4월 9일

서저컬 시어터(Surgical Theater)는 전투기 조종 시뮬레이션 기술을 뇌수술 교육에 접목한 미국 기업이다. 최근 엔진 업그레이드로 혈관·종양 모델링 해상도가 크게 향상돼, 뇌동맥류·뇌종양 수술 계획을 더 섬세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의사는 VR 헤드셋을 써서 뇌 내부를 ‘비행’하듯 돌아다니며 접근 경로와 절제 범위를 미리 파악한다. 복잡한 신경외과 수술에서 안전성과 정확도를 높여주는 솔루션으로 주목받는다.


전투기 조종사는 고난도 임무를 시뮬레이터로 미리 연습한다. 혹시 실패해도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반복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저컬 시어터는 이런 시뮬레이터 개념을 뇌수술에 적용해 “수술 전 뇌 내부를 가상으로 비행하자”라는 파격적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기술적인 핵심은 환자 CT·MRI·뇌혈관 촬영 데이터를 3D로 합성해, VR 헤드셋에서 초고해상도로 표현하는 엔진이다. 2022년 말 엔진 업그레이드로, 미세 혈관 가지나 종양 경계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고 한다. 뇌동맥류가 어느 위치에서 돌출됐는지, 종양이 어떤 신경 다발을 침범했는지, VR 화면을 돌려가며 관찰할 수 있다.




의료진은 수술 전 이 시스템을 이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테스트한다. “좌측에서 접근하면 주요 혈관을 피하기 쉽겠다”, “이 각도로 두개골 절개를 하면 종양까지 직선 경로가 생긴다” 같은 결론을 미리 도출한다. 수술 중 예상되는 출혈 위험이나 신경 손상 가능성을 VR 상에서 ‘가상 시연’해보며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심지어 환자·보호자 상담 때도 VR 영상을 활용한다. 보통은 2D CT 이미지를 보여주며 “하얀 점이 종양”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젠 “여기 보이시죠? 빨간 혈관 뒤쪽에 종양이 있어서 이만큼 절개해야 합니다”라고 3D 뇌 모습을 돌려가며 안내할 수 있다. 당연히 환자와 가족이 더 구체적으로 수술 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의사도 불필요한 설명 시간을 줄인다.



서저컬 시어터의 장점은 단순히 수술 전 계획뿐 아니라, 수술 후 피드백과 교육에도 있다는 점이다. 수술이 끝난 뒤 VR로 다시 문제 부위를 재현해, “이 지점에서 절개가 더 컸으면 어땠을까?” “혈관을 조금만 더 피했다면 출혈을 줄였을 텐데” 같은 복기학습이 가능하다. 신경외과 레지던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트레이닝 자료다.

2022년 말 업그레이드에서 “정확도와 해상도”를 끌어올린 뒤, 실사용 병원들의 반응이 한층 좋아졌다고 업체 측은 전한다. 뇌동맥류 클립핑이나 뇌하수체 종양 제거 같은 세분화된 시나리오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케이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의료계는 “비행 시뮬레이터처럼 실패와 반복이 자유로운 가상환경이, 신경외과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에 주목한다. 뇌수술은 경험과 직감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실수 리스크가 큰 분야라 이런 VR 시뮬레이션이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장기적으로 심혈관·정형외과 등 ‘3D 구조가 복잡한’ 수술분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환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점은 “내 뇌를 이렇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신기함과, 수술 과정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일부 병원은 홍보·교육 차원에서 로비에 시연용 VR 기기를 설치해두기도 한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하지만, 세심한 동의·편집 절차를 거치면 환자와 가족이 VR을 통해 수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저컬 시어터는 결국 “수술 전 VR 계획이 표준화되는 날”을 목표로 한다. 전투기 시뮬레이터처럼 정교하고 반복 가능한 준비 과정을 갖추면, 실제 수술 성공률과 환자 안전이 올라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착각이 아니라, 수술실의 안전판”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유수 병원이 이를 시범 도입했으며, 2023년 이후 더 많은 분야로 확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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